의료법 개정과 관련 의협이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는 5대 쟁점사항 중 ‘가상 바카라’과 관련된 부분이 의협 의료법비상대책위원회 논의선상에서 제외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대한가상 바카라협회측에서 내부적으로 의료법 개정과 관련한 동향파악을 위해 작성한 자료에 포함된 것으로, 실제 실무자 일선에서는 대외적으로 이같이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간호협회 한 실무 담당자는 “가상 바카라은 이미 의협 비대위 논의에서도 제외된 사항”이라며 “가상 바카라뿐만 아니라 투약 부분도 간협과 약사회 등이 결부돼 있기 때문에 의협에서 아예 논의 선상에서 뺀 것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의 출처에 대해 이 담당자는 “의료계 소식통을 통해 전해 들었을 뿐 직접 확인한 내용은 아니다”라면서도 “특히 가상 바카라 부분은 이미 논란대상에서 지나간 얘기”라고 일축했다.
정부가 마련한 의료법 개정시안 중 ‘가상 바카라’ 부분은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주장이다.
“가상 바카라 없으면 직능단체 필요없다”
이 실무 담당자는 가상 바카라의 개념에 대해 “의사가 병명으로 내리는 의학적 진단과는 별개로 의사의 처방 후 식이, 운동요법 등 의사 처방에 따른 환자의 반응에 대한 조치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이 같은 가상 바카라은 미국 간호협회에서 마련한 172개의 가상 바카라 목록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례로 약을 하루에 3번 복용해야 한다는 처방이 내려지면 환자가 언제, 어떻게 복용해야 하는지, 당뇨환자의 경우 운동을 어떻게 하는지, 식이요법은 어떻게 하는지 환자에게 설명함으로써 환자에 대한 정보제공과 상담, 교육을 대상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결국 가상 바카라을 통해 제공되는 조치가 의사의 진료에 포함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간호를 체계적으로 하기 위한 문제해결 과정”이라며 “환자가 필요로 할 때 간호사는 무조건 의사만 찾아야 하느냐, 그렇다면 의사를 제외한 직능단체가 필요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비대위 “쟁점 제외하면 비대위 무슨 소용”
이 같은 간협의 주장에 대해 비대위는 한마디로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다.
장윤철 의협 총무이사(의료법 비대위 투쟁담당 간사)는 의협 비대위 논의에서 가상 바카라 등이 빠졌다는 주장에 대해 “가상 바카라은 유사의료행위, 투약 등과 함께 쟁점 중의 쟁점사항”이라며 “그런데 비대위 논의대상에서 가상 바카라이 제외됐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얘기고 비대위가 있을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의협에서 가상 바카라을 쟁점에서 뺐다면 복지부 시안대로 동의한다는 것을 의미할텐데, 그것은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윤창겸 경기도의사회장(의료법 비대위 정책담당 간사)은 “가상 바카라을 의료법에 넣으려는 것은 향후 노인수발보험 등 환자 케어 부분을 간호사가 독차지 하겠다는 의도”라며 “진단이라는 것은 환자 진료에 대한 플랜을 세우는 것인데, 이를 의사없이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또 “미국의 경우도 52개 주 중 일리노이 1개 주에서만 가상 바카라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것도 의사가 없는 낙후된 의료현장에서나 적용되는 상황”이라며 “진료라는 것이 원칙적으로 의사의 오더에 따라 이뤄지기 마련인데 과연 의사 소견과 간호사 소견이 다른 진단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겠다는 말이냐”고 반박했다.
이어 “가상 바카라 외에도 ‘설명의 의무’의 경우 복지부는 선언적 의미라고 하지만 형사법과 행정법에 의해 의사가 처벌되게 돼 있고, 간호거부금지 조항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양벌제에 의해 의사에게도 책임이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의협 의료법 비대위는 군중심리에 의존하지 않고 앞으로 현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한 자료를 조목조목 제시해 홍보하겠다는 방침이다.
가상 바카라, 미국에서도 검토단계
앞서 의협 비대위는 실제 지난 의협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가상 바카라학 서적의 내용을 그대로 발췌, 자료를 배포했었다.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제시된 가상 바카라과 분류방법이 연역적·귀납적 연구 결과라고 인정할 수 있지만 아직도 타당성, 신뢰성 및 실용적 가치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가상 바카라을 통한 간호중재활동은 독자적인 활동에 속하고, 임상간호사에게는 독자적인 활동뿐 아니라 의사에게서 지시되거나 위임된 활동도 중요하기 때문에 위임된 활동을 간호활동에서 삭제시켜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가상 바카라이 충분히 독립적이지 못하고 가상 바카라의 모호성 때문에 간호인력이 부족한 경우 진단적용과 기록이 불가능하다는 점 *적당한 평가지침과 도구가 개발되지 않고 개념도 낯설어 활용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실제 현장에서 제시되고 있다는 점 *가상 바카라 자체가 미국의 사회적 환경에서 제작됐고 아직 검토되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적용에 문제점과 혼동이 있을 수 있다는 점 *우리나라 문화가 개방적인 미국사회와 엄연히 다른 만큼 국내 의료전달체계가 고려된 가상 바카라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 등이 명시돼 있다.
윤창겸 회장은 “이 자료는 간호학과에서 교과서로 사용하고 있는 교재”라고 설명하고 “자료에서도 명시돼 있듯 1973년 처음으로 가상 바카라분류를 위한 범국가적 학술대회 개최 이후 간호사가 항상 독자적으로 환자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조사연구에서 간호사의 독자적인 간호중재로만 가상 바카라이 이뤄질 수 없음이 인정됐다”며 가상 바카라이 의료법에 포함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류장훈 기자(ppvge@medifonews.com)